[동서남북] '식민사학'과 '사이비 역사학'
입력 : 2016.04.14 06:18

우리 사회의 휴화산(休火山)인 상고사(上古史) 논란이 다시 용암을 분출하기 시작했다. 지난
몇 년 재야사학자들과 일부 정치인의 거친 공세에 시달리던 강단사학자들이 반격을 시작한
것이다. 한국고대사학회는 3월 초 중진·중견 역사학자들이 대학 밖으로 나와 고대사 핵심 주
제들의 연구 현황을 대중에게 알리는 시민강좌를 시작했다. 고조선 강역, 한사군 위치, 광개
토왕릉비, 임나일본부 등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뜨거운 감자'를 전문가들이 직접 요리하겠
다고 나선 것이다. 또 대표적인 대중 역사계간지 '역사비평' 봄호는 소장 고대사 연구자들이
재야사학자들을 비판하는 특집을 마련했다.
원초적 애국심에서 우러나오는 검증되지 않은 상고사에 대한 주장들이 인터넷과 서점가를 뜨
원초적 애국심에서 우러나오는 검증되지 않은 상고사에 대한 주장들이 인터넷과 서점가를 뜨
겁게 달구고 국회까지 진출하는 상황에서 전문 연구자들이 대중과의 직접 소통에 나선 것은
반갑다. 우리 사회의 상고사 인식이 혼란스럽게 된 데는 강단사학자들의 책임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이 국민적 관심에 제대로 호응하지 못하는 빈틈을 재야사학자들이 쓴 대중서가 파고
든 것이다.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상고사 논란이 이번에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은 전문가들
에 의해 정리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러나 최근 진행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아슬아슬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고대사
학회 시민강좌는 400명 넘는 청중이 몰려 성황을 이루지만 공격적인 질문이 속출하는 가운데
긴장 속에서 진행된다. 강좌 주제와 관련 있는 재야학자 단체가 경고 서한을 보내오기도 했다.
언제 화산이 크게 폭발할지 모르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소장 강단사학자들이 재야사학자들을 '유사(類似) 역사학' '사이비 역사학'
이런 상황에서 일부 소장 강단사학자들이 재야사학자들을 '유사(類似) 역사학' '사이비 역사학'
이라고 공격하는 것은 우려를 자아낸다. 1970~80년대 상고사 논란이 폭발했을 때 강단사학자
들을 거칠게 몰아붙였던 주역들이 역사학과 무관했던 것과 달리 지금의 재야사학자들은 대부분
역사 관련 박사 학위를 갖고 있다. 더구나 좁은 의미의 고대사 연구자는 아니지만 고대사 논문과
저술을 내는 원로·석학까지 '사이비 역사학'에 포함시키는 것은 학문적 칸막이에 사로잡힌 단견
(短見)으로 보인다.
물론 이런 거친 표현이 강단사학자들을 '식민사학'으로 몰아붙이는 일부 재야사학자들에 대한
물론 이런 거친 표현이 강단사학자들을 '식민사학'으로 몰아붙이는 일부 재야사학자들에 대한
응수라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이들은 강단사학자들을 '식민사학의 후예'로 규정하고 "식민사학
을 해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리고 일부 정치인과 사회 지도층 인사가 이들을 지지
하며 강단사학자들을 비난한다. 20세기 초 일제의 식민통치를 뒷받침했던 식민사학이 21세기
대한민국의 강단사학계를 지배한다는 주장은 억설에 불과하다. 하지만 정치 공세에 또 다른
정치 공세로 대응하는 것은 학문적이지 않고 이성으로 풀어야 할 논란에 감정으로 대응하게
만든다.
현재 상고사 연구자들은 재야사학자, 강단사학계의 주류 학자와 비주류 학자로 나눌 수 있다.
현재 상고사 연구자들은 재야사학자, 강단사학계의 주류 학자와 비주류 학자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강단사학계의 비주류 학자들은 주류 학자들이 놓치고 있던 부분을 파고들어 새로운 지평
을 열어왔다. '식민사학'과 '사이비 역사학'의 대립구도는 이런 실상을 덮어버린다. 지금 우리에
게 필요한 것은 조선시대의 당파 싸움을 연상시키는 감정적인 낙인 찍기가 아니라 이성과 열린
마음으로 벌이는 대화와 토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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